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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고의 의학적 발견 중 하나로 꼽히는 **항생제(antibiotics)**는 수많은 생명을 감염병에서 구한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입니다. 그러나 항생제의 남용과 오남용이 가져온 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바로 **항생제 내성(antibiotic resistance)**이라는 새로운 위협입니다. 이 글에서는 항생제가 세균을 어떻게 억제하거나 죽이는지, 그리고 항생제 내성이 어떻게 생겨나며 왜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항생제의 작용 원리 – 세균만을 겨냥한 선택적 무기
항생제는 기본적으로 **세균(bacteria)**을 억제하거나 사멸시키는 약물입니다. 인간의 세포나 바이러스, 진균에는 일반적으로 작용하지 않으며, 세균만을 표적으로 삼는 것이 특징입니다. 항생제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억제: 페니실린 계열이 대표적이며, 세균 고유의 구조인 세포벽을 만들어내지 못하게 하여 파괴시킵니다. 인간 세포는 세포벽이 없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 단백질 합성, DNA 복제, 대사 경로 차단: 테트라사이클린, 퀴놀론 등은 세균이 생존과 증식을 위해 필수적인 기능을 방해함으로써 세균의 생장을 억제하거나 사멸에 이르게 합니다.
이러한 작용 덕분에, 항생제는 폐렴, 결핵, 패혈증 등 다양한 감염병 치료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강력한 무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무분별한 사용이 내성을 유발한다는 점입니다.
2️⃣ 항생제 내성의 메커니즘 – 살아남은 세균의 반격
항생제 내성은 세균이 항생제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거나 진화함으로써 발생합니다. 이는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의 전형적인 예로 볼 수 있습니다. 항생제가 세균을 공격하면 대부분은 죽지만, 일부 변이를 가진 세균은 살아남고, 그 유전자가 퍼지며 내성균이 증가하게 됩니다.
내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생겨납니다:
- 효소 생산을 통한 약물 분해: 베타-락타마제라는 효소를 생성하여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를 무력화.
- 세포막의 변화: 항생제가 세균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거나 배출.
- 표적 단백질의 변형: 항생제가 작용할 부위의 구조를 변화시켜 약물이 더 이상 작용하지 않도록 만듦.
- 유전자 전달: 내성을 가진 세균은 형질전환(transformation), 형질도입(transduction), 접합(conjugation) 등의 방식으로 다른 세균에 내성 유전자를 전달합니다.
문제는 이처럼 내성은 빠르게 퍼질 수 있으며, 한 종류의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세균은 여러 항생제에 동시에 저항력을 가지는 **다제내성균(superbug)**으로 발전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3️⃣ 현실 속 위협 – 우리가 직면한 항생제 내성의 결과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을 인류 건강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협 중 하나로 지정했습니다.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감염병의 치료가 어려워지고, 입원 기간이 늘어나며, 사망률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문제되는 세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MRSA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병원 내 감염의 주된 원인으로 치명적인 폐렴이나 패혈증 유발 가능.
- CRE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거의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슈퍼박테리아’.
- XDR-TB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균): 일반 항결핵제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 결핵균.
특히 수술, 항암치료, 장기이식 등에서 감염 예방에 항생제가 필수이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은 단지 감염병 치료뿐 아니라 현대 의학 전체의 기반을 흔드는 문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4️⃣ 항생제 내성 예방 – 의료진과 개인의 역할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 시스템 전체의 개입과 개인의 책임 있는 사용이 필요합니다. 가장 먼저 강조해야 할 점은 항생제는 감기나 독감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에는 효과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많은 환자들이 항생제를 요구하고, 일부 의사들도 이를 처방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합니다.
예방을 위해 다음과 같은 실천이 중요합니다:
- 항생제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하며, 자의적으로 복용하거나 중단하지 않기.
- 남은 항생제 보관 금지, 다른 사람과의 공유 금지.
- 농축산업에서의 항생제 사용 제한, 가축의 성장 촉진 목적으로 사용하는 관행 개선.
- 항생제 사용 이력 데이터의 축적과 국제 협력을 통한 글로벌 차원의 감시.
또한, 제약 산업과 정부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 및 백신, 대체 치료제 연구에도 투자를 지속해야 합니다. 현재 항생제 내성 세균의 출현 속도에 비해 신약 개발은 매우 느리기 때문에,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인 시점입니다.
항생제는 분명 인류의 생명을 지키는 혁신적인 발명이었지만, 그 힘을 남용한 결과가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무분별한 사용을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의학과 생물학, 사회 전반의 협력을 통해 우리는 항생제 내성이라는 새로운 전염병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올바른 지식과 책임 있는 행동이 그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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