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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의학의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암, 즉 종양성 질환입니다. 암은 세포의 무분별한 증식과 더불어 정상 기능의 상실, 주변 조직 침범 및 원거리 전이까지 이어지는 복합적인 질환입니다. 하지만 암은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돌변하는 데에는 수많은 유전적, 분자적 변화가 누적되어야 하며, 그 과정은 매우 정교하고 체계적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암세포가 발생하는 과정과, 어떻게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지를 생명과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1️⃣ 암세포란 무엇인가?
암세포는 정상적인 세포 주기를 벗어나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세포입니다. 우리 몸의 세포는 성장→분열→노화→사멸의 주기를 거치며 항상성을 유지합니다. 이 과정은 유전자에 의해 정밀하게 조절되며, 불필요한 세포는 자연스럽게 죽는 세포 자살(apoptosis) 이 유도됩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 유전자 돌연변이가 누적되면, 세포는 자신이 죽어야 할 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 증식하게 됩니다. 이런 세포들이 덩어리를 이루면 **종양(tumor)**이 되며, 그 중 주변 조직을 침범하거나 전이할 수 있는 종양을 우리는 ‘암(cancer)’이라 부릅니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달리 무한 증식 능력, 성장 신호 자가 생성, 사멸 회피, 혈관 생성, 면역 회피 등의 특성을 가집니다.
2️⃣ 암세포 발생의 유전적 원인
암 발생의 중심에는 유전자 변이가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유형의 유전자가 관여합니다:
🧪 1. 종양유전자(Oncogene)
종양유전자는 정상적인 세포 성장과 분열을 촉진하는 유전자로, 이들이 변이되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암을 유발합니다. 예를 들어 RAS, HER2, MYC 유전자가 대표적이며, 세포 성장 신호를 계속 보내 암세포의 증식을 돕습니다.
🛡️ 2. 암억제유전자(Tumor Suppressor Gene)
이 유전자들은 반대로 세포 분열을 억제하고 손상된 세포를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표적으로 TP53, RB, BRCA1/2 유전자가 있으며, 이들이 손상되거나 기능을 잃으면 세포는 무한 증식하게 됩니다.
또한 암세포는 유전적 돌연변이를 자가 복제 과정에서 누적시키며 점점 더 공격적인 형태로 변해갑니다. 이러한 유전적 불안정성은 암의 진행과 전이를 더욱 가속화합니다.
3️⃣ 암세포의 전이 과정
암의 가장 무서운 특징 중 하나는 **전이(metastasis)**입니다. 전이란 원발 암세포가 주변 조직을 넘어 혈관이나 림프계를 통해 다른 장기로 퍼지는 현상입니다. 이 과정은 매우 복잡하며, 다음과 같은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기질 침범
암세포는 인접한 기저막(basement membrane) 을 파괴하고 주변 결합조직으로 침입합니다. 이때 단백분해 효소(MMPs) 를 분비해 조직 장벽을 파괴합니다.
2. 혈관 침투
암세포는 혈관 내피세포 사이를 뚫고 혈류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는 "혈관침윤"이라 하며, 생존하기 위해 혈소판과 결합해 면역세포의 공격을 회피합니다.
3. 순환 및 정착
혈액을 따라 전신을 순환하던 암세포는 특정 장기에서 정착합니다. 이는 '씨앗과 토양 이론(Seed and Soil theory)' 으로 설명되며, 특정 장기 환경이 암세포 생존에 유리할 때 전이가 잘 일어납니다.
4. 새로운 종양 형성
도착한 암세포는 해당 조직에서 혈관을 새로 생성하여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새로운 종양을 형성합니다. 이 과정을 이차성 종양(secondary tumor) 이라 부릅니다.
전이된 암은 치료가 훨씬 어려우며, 대부분의 암 사망 원인은 전이에 기인합니다.
4️⃣ 암세포 전이의 분자적 조절 메커니즘
암 전이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세포 간 신호전달, 유전자 발현 변화, 세포 외기질 상호작용 등의 복합 작용입니다. 전이를 유도하는 주요 메커니즘 중 하나는 상피간엽이행(EMT, Epithelial-Mesenchymal Transition) 입니다.
🔄 EMT란?
정상적으로 고정되어 있던 상피세포가 이동성과 침습성을 가진 간엽세포로 변화하는 현상입니다. EMT를 거친 암세포는 세포 간 부착력을 잃고 이동 능력을 획득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는 TGF-β, Wnt, Notch 등 여러 신호 경로가 관여하며, EMT는 암의 전이뿐 아니라 항암제 내성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또한 암세포는 주변 조직의 면역 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면역 체크포인트(예: PD-L1) 를 발현하며,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을 조작해 자신의 생존과 전이를 돕습니다.
암은 단순한 유전자 돌연변이의 결과가 아니라, 수많은 분자적, 세포적 사건들이 축적되어 발생하는 복합 질환입니다. 암세포는 무한히 분열하고, 면역을 회피하며, 먼 거리까지 전이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치료가 어렵고 재발률이 높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암세포의 발생과 전이 메커니즘을 분자 수준에서 정확히 이해한다면, 조기 진단, 맞춤 치료, 전이 억제 전략 개발에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생명과학의 눈으로 암을 바라보는 일은, 단순한 이론적 지식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과학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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