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부터 건강까지, 생명과학 교양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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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26.

    by. 의생과친구

    목차

      우리 몸은 매일 수많은 병원균의 공격에 노출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감염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 몸속에 작동하는 정교한 면역 체계(immune system) 덕분입니다. 면역 체계는 외부 침입자를 감지하고, 이를 제거하거나 억제하는 복잡한 생물학적 방어 시스템으로, 선천면역(innate immunity)후천면역(adaptive immunity) 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작동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면역 시스템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각각의 면역 기전이 우리 건강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선천면역 – 첫 번째 방어선

      선천면역은 외부 병원체가 체내에 침입했을 때 가장 먼저 작동하는 방어 시스템입니다. 이 면역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방어 기전으로, 신속하고 비특이적으로 작동합니다. 즉, 특정 병원체에 특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외부 침입자에 대해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선천면역에는 여러 요소가 관여합니다. 피부와 점막 같은 물리적 장벽, 위산이나 효소 같은 화학적 방어물질, 그리고 식세포(phagocytes)NK 세포(Natural Killer cells) 와 같은 세포성 방어 기전이 포함됩니다. 대표적인 식세포에는 대식세포(macrophage)호중구(neutrophil) 가 있으며, 이들은 병원체를 삼키고 소화하여 제거합니다.

      또한, 병원체의 일반적인 분자 패턴을 인식하는 TLR(Toll-like receptors) 등의 수용체가 작동하여, 감염의 초기 신호를 인식하고 염증 반응을 유도합니다. 이로 인해 감염 부위로 면역세포가 빠르게 모이고, 병원균 제거가 이루어집니다.

      2️⃣ 후천면역 – 맞춤형 방어 전략

      선천면역이 비특이적이라면, 후천면역은 특정 병원체에 대한 맞춤형 방어를 제공합니다. 후천면역은 감염 이후 시간이 지나서야 작동하기 시작하지만, 그만큼 정확하고 강력한 반응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 면역 체계는 주로 림프구(lymphocytes), 즉 T세포B세포에 의해 수행됩니다.

      B세포(B cells) 는 병원체에 특이적인 항체(antibodies) 를 생산합니다. 항체는 병원체의 표면 항원에 결합하여 그 기능을 차단하거나, 식세포가 더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반면, T세포(T cells) 는 크게 보조 T세포(helper T cells)세포독성 T세포(cytotoxic T cells) 로 나뉘며, 각각 면역반응을 조절하거나 감염된 세포를 직접 파괴합니다.

      후천면역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면역 기억(immunological memory) 입니다. 한 번 병원체를 인식하고 나면, 그 병원체에 특이적인 기억세포(memory cells)가 생성되어, 같은 병원체가 재침입했을 때 훨씬 빠르고 강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면역 기억이 바로 백신(vaccine) 의 과학적 기반이기도 합니다.

      3️⃣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의 협력 – 통합된 면역 반응

      면역 체계의 작동 원리 –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의 이해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은 서로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습니다. 선천면역이 병원체의 침입을 가장 먼저 감지하고, 후천면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신호를 전달합니다. 예를 들어, 대식세포가 병원체를 포식한 후, 그 조각(항원)을 항원제시세포(APC) 로서 T세포에 전달하면, 후천면역이 작동을 시작합니다.

      이러한 항원 제시는 MHC(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단백질을 통해 이루어지며, T세포는 이 MHC에 제시된 항원을 인식함으로써 활성화됩니다. 이 과정에서 보조 T세포는 B세포의 항체 생산을 유도하거나, 세포독성 T세포를 활성화시켜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게 합니다.

      또한, 선천면역의 염증 반응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후천면역 세포들이 감염 부위로 더 잘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처럼 두 면역 체계는 협력적으로 작동함으로써, 병원체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종합적인 방어체계를 구성합니다.

      4️⃣ 면역 이상이 초래하는 질환 – 자가면역과 면역결핍

      면역 시스템이 너무 약하거나 지나치게 과민하게 작동하면 다양한 면역 질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면역결핍(immunodeficiency) 은 선천적으로 또는 후천적으로 면역 기능이 약화된 상태로,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대표적인 예가 HIV/AIDS 로, 이 질병은 CD4+ T세포를 공격해 후천면역 기능을 마비시킵니다.

      반면, 면역 시스템이 자신의 세포나 조직을 공격하는 현상을 자가면역(autoimmunity) 이라고 합니다. 이때 면역세포가 자기항원을 외부 침입자로 잘못 인식하여 공격하게 되며,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제1형 당뇨병, 다발성 경화증 등이 이에 속합니다.

      또한, 면역 반응이 지나치게 과도하게 작동하여 무해한 물질에도 반응하는 것이 알레르기(allergy) 입니다. 꽃가루, 땅콩, 집먼지 진드기 같은 항원에 대해 IgE 항체가 생성되고, 이로 인해 히스타민이 분비되면서 염증과 알레르기 증상이 유발됩니다.

       

      면역 체계는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생물학적 방어 시스템으로,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작동합니다. 이를 통해 병원체에 대한 빠른 대응과 정밀한 공격이 가능해지며, 면역 기억을 통해 장기적인 보호도 이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복잡하고 정교한 시스템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오작동하면 다양한 면역 질환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면역 체계에 대한 이해는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며, 앞으로의 의학 연구와 치료 기술의 핵심 분야가 될 것입니다.